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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의 함정. Gathering과 Synchronization (1)

Role-Playing Game 이라는 단어가 있다.

역할 수행 게임이라니, 뭔가 거창해 보이는 단어 같다. 고급 문화의 향기가 잘잘 흐르지 않는가? 미국에서는 제법 대중화 된 적도 있었다고? '리딕'의 역할로 유명한 반 디젤 같은 배우는 던전 마스터 출신이며 여전히 TRPG를 즐기는 사람이라고 한다.

실제로 RPG를 즐기는 인구들은 꽤나 긴 시간 동안 신성시 하던 단어다. :-/

그런데 이 뭔가 고급스러운 단어는 명확히 단어의 정의에 따라서 본다면 이미 많은 이들이 한번 씩 경험해 봤던 것에 불과하다.

어린이들은 '후레쉬맨'놀이를 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정하고 연기에 몰입한다. 만화에 등장한 캐릭터를 보며 자신이 맡은 역할을 수행하며 즉흥 연기가 탄생 하게 된다. 소꿉장난 역시 훌륭한 역할 수행 게임이다. 아버지의 역할을 맡은 플레이어가 있으며 어머니의 역할, 자식의 역할, 가끔 애완동물까지 등장하며 각각의 플레이어들은 현실을 깨달을 때 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환상 속의 가족 역할을 플레이한다. 꼭 전사에 법사나 무슨 마법사가 등장해야만 롤플레잉은 아니란 소리다. :-)

나이 먹어서도 이 짓을 맨 정신에 그냥 하려니 쪽팔려서 비교적 현실적인 상황이 마련 되고, 서로 아웅다웅 거리며 좋은 역할을 맡으려 싸움질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클래스'가 존재하며 "너 죽었잖아!" "아냐! 칼 스쳤어!" "웃기시네! 너 나쁜놈이잖아!" 등등의 쓸데 없는 분쟁을 막기 위해 룰과 주사위가 등장한다.

(이런 분쟁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는 부류는 '룰'에 대한 것이 극히 최소화 된 '라이브 액션'(대표적으로 Whitewolf 사의 Vampire : The Masquerade 라는 게임이 있다) 이라는 부류를 가지고 놀기도 한다.)

또, 하나의 단일 목적과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을 마련하기 위해 '던전 마스터'라는 이야기꾼이나 하나의 시나리오가 구비된다. 잘 합쳐보면 뭔가 상상이 가는가?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RPG라는 놈이다.



인간의 본능 중에는 분명히 역할 수행의 욕구가 있다.

위의 내용에도 있었지만, 다수의 인간은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더 이상 이런 놀이를 허용하고 있지 않게 될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RPG를 즐기게 된다.
 
지금 와서는 하기 싫은가? 음. 억지로 하고 싶다고 실토하게 할 생각은 없다. 사실 나도 더 이상은 말그대로의 '역할극'에 대해서는 흥미가 없으니까. :-)

쪽이 팔리는 것도 문제지만 이 짓거리에는 다른 문제도 있다. 패턴은 반복되는 데 경쟁이 심화 되지 않아 목표 의식을 결국에 가서는 잃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어떤 아빠'가 더 훌륭하고, '어떤 악당'이 더 멋진 악당이란 말인가? 내가 가진 상상의 표현만으로 끝나는 건가? 다행히 대다수의 RPG는 모험을 테마로 하고 길고 긴 영웅담을 내세워 공통된 목표를 설정하긴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봐도 던전 마스터라는 인물의 조작에 넘어가고 있는 걸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RPG의 유저들 중 또 다수는 소위 말하는 '먼치킨'이라는 분류로 변질 된다. 룰에 집착하며 경쟁에 뛰어드는 자들. 자신의 '캐릭터'를 어떤 구조로든 '다른 플레이어들에 대한 승리'에 향하도록 하는 이 플레이어들은 RPG를 즐긴다는 부류들 사이에서는 꼭 독버섯의 일종처럼 취급 되며 행동을 제한 받게 된다. 아니면 전체 플레이어들을 모조리 '먼치킨'화 시켜 버리는데 성공하거나 :)



하지만 RPG의 형성 과정을 따르자면 먼치킨 쪽이 오히려 옳다.

북미의 테이블 게임은 워 게임에서 탄생했다. 실제로 보다 더 심플한 룰의 게임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외래의 것들이며 북미의 '고유' 테이블 게임으로는 워 게임이 가장 대표적이다.

워게임은 알다시피 매우 복잡한 룰 속에서 현실적인 상황을 시뮬레이트 하고 상호간의 전략, 전술을 겨루도록 마련 된 게임이다. 배경으로는 남북전쟁 부터 2차 세계대전, 우주를 배경으로 한 게임들 까지 다양한데, 대부분은 현실적인 상황을 시뮬레이트하다 보니 룰이 복잡하며 난수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톨킨식 신화'에 접목시켜 탄생한 것이 Chain Mail 이라는 캠페인(Campaign. 워게임의 경우에는 하나의 전장. TRPG에서는 거대한 모험 세션을 말한다.)이다. 협소한 전장, 분화된 클래스, 전술적으로 올바른 선택은 개별 유닛의 행동에 중점이 맞춰져 있는 상태. 맙소사, 하지만 실제로 보드 게임을 구매하던 Geek 들은 사용해야 할 유닛의 수효가 적고 각각의 개성이 확연하게 구별되었다는 것에 더 집착했으며 이런 유저들의 욕구에 힘입어 보다 개별 캐릭터의 개성에 초점을 맞춘 D&D가 탄생했던 것이다.

뭐, 어떻게 변질되어 왔어도 '뿌리'인 D&D는 일종의 워게임이 기반이며 '승리'가 초점이 된다. 롤 플레잉 자체가 아니라 전술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은 바로 그 게임 말이다. :)



그래도 역할은 수행한다.

룰에 집착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어떤 세계에 속해있는 누구누구'라는 식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게 된다. 먼치킨은 대화에 중점을 두지 않으며 기사다운 언행이 아니라 전사로써 가장 효율적인 행동을 취하려 하게 된다. 누군가를 방어할 때에는 '캐릭터적으로 자신과 친밀한' 대상을 보호하지 않고 '당장 죽으면 전력에 하자가 발생하며 죽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상'을 막으며 롤 플레잉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선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그래도 그는 아직 전사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개성은 없지만 효율적인 행동을 취한다. 사실 기계적으로 보이기 까지 한다. "이게 무슨 RPG냐 제기랄!" 하고 외치는 사람들은 차치해 두고.

음? 이거.......

그래, TRPG를 거의 즐기는 사람이 없는 지금에서도 이 형태는 본 적이 있다.

MMORPG의 탱커들은 타운트를 관리하며 비교적 기계적이며 효율적인 게임 플레이를 즐기고 있다. 힐러들은 아군 파티원의 HP 게이지와 자신에 대한 어그로를 관리한다. 누구나 이 과정을 플레이 하고 있으며 스스로 클래스의 약점과 장점을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 한다. 그 자신이 그 세계에 진짜로 소속된 것 처럼 행동하지 않는다고 해도 파티 내에서 자신이 할 일이 있는 것을 즐긴다.



개성은 롤플레잉이 아니라 분업 에서 발생한다.

나잇살 어느 정도 먹으면 소꿉 장난이나 후레쉬맨 놀이는 안한다. ;-)
TRPG한다는 사람들이 Geek이 아닌 사람을 끌어 모으면 그는 먼치킨 짓 밖에는 안한다. :-D
그래도 대중은 MMORPG를 좋아하며 분업 코드를 가진 게임을 즐겨 한다. :-)

소수의, 여전히 롤플레잉 자체를 즐기는 플레이어를 제외하고도 이들은 여전히 'RPG'의 '클래스'를 즐긴다. '협력'은 여전히 즐거움에 대한 하나의 코드이며 비교적 개성적인 게임 플레이를 가지는 것 외에도 분업에 의한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을 플레이어들이 갈망한다. 그리고 스스로가 하나의 이익 집단에서 도움이 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건 롤플레잉 자체 보다는 애덤 스미스가 지적한 인간의 '분업'에 대한 본능에 더 가깝다.

한 가지 바닥에서 승리자가 되기를 원하는 인간들은, 스스로가 다른 가까운 인원에 비해 한 가지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다른 능력을 신장 시키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개성으로 표출 되기도 하지만 가장 거시적인 구분 조건은 '직업'이라는 거다.

'지금 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에 속하고 있어!'와 같은 느낌, Synchronization을 강조를 너무 원하던 나머지 아예 시뮬레이션에 집착하던 북미의 게임 개발자들에게는 미안하게도 현실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즐거워 하는 게임들은 '지금 하고 있던 것은 게임일 뿐이다!'고 외치는 WoW와 같은 게임들이다.

DAoC을 하는 플레이어들이 특정 부류의 클래스들은 싸잡아서 Damage Dealer라 부르고 법사들은 Nuker라 부르지 세계관에 맞춰 따로 제대로 부르는 건 같은 부류들 끼리 모였을 때 뿐이라는 것이다.현실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가는 대중에게 있어 실제의 '개성'이 되지만 세계의 창조, 어떤 세계에 속하는 누구는 어쩌구 등등의 Role-Playing Elements는 진짜 개성으로 어필하지 못한다.



여기에 다시 제목이 등장한다. D&D의 함정, 그리고 소수 문화를 '자랑'하는 것.

본인이 면접 볼 때 가장 꺼려하는 대상들 중 한 종류가 'TRPG 경험 몇 년' 하고 자랑스럽게 이력서에 써 내는 사람이다. 음, 미안하지만 그런 경력은 차라리 연극이나 영화 배우 쪽에 내미는 것이 나을 것이다.

아니 뭐 해 본 건 나쁠 거야 없지만 (본인도 TRPG를 하던 사람 중 하나다. ;-) )......

맙소사, 왜 그게 '이력'이 되는가. TRPG를 해 봤다는 것에 대해 뭔가 스스로 '귀족'이라도 된 것 처럼 생각하는 건가? '고급 문화' 같이 보이나? 단순히 소수 Geek 들의 문화에 불과하다는 점을 염두하도록. 미지역에서는 대중화? 미안. 진짜로 대중 문화 같은 건 당연히 아니다. 북미에서도 소수의 문화에 불과하며 그들은 심지어 '탄압'까지도 받았을 뿐이다.
 
플레이어들이 TRPG만이 가진 '무엇'에 우리 Geek 들 처럼 집착한다고 혼자 상상하며,
플레이어가 롤플레잉 자체를 좋아한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으며,
가장 많은 플레이어가 하는 게임에서 그들이 실제로 하는 행동을 살펴 보지 않는 사람은,

애초에 기획자로 써먹을 도리가 없다.
 
연구를 하려 해도 아집에 쌓여 있는데 어떻게 연구를 해 보겠고 현실적으로 단순히 소수인 것을 뭐 감투라도 쓴 것 처럼 구는 사람이 어떻게 다수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는가?



이렇게 떠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Synchronization 자체는 도움이 된다.

도움이 되는 케이스에 대해서는 실례를 나중에 들어 보이겠지만, 어쨌든 도움이 되는 것 자체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도움을 주는 것은 '실제 그 세계에 있다'는 추상적인 감각 보다는 '분업에 의한 역할' 쪽이 더 효율적이며(WoW도 그렇지만 길드워도 아예 전술화 된 분업의 예시에 더 적합한 게임이다. 롤 플레잉 같은 것이 아니라 팀웍에 맞춘 전술적인 게임 플레이가 더 중시 된다.) 그 보다도 Simple 이나 Strategy 쪽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염두해 두는 것이 좋다.

그 망할 '롤플레잉' 자체를 중시하거나, 설마 그런 사람이 지금도 있진 않겠지만 '판타지의 세계관에 빠삭한 것은 기획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라면 제발 부탁이니 대한민국 이외의 나라로 가서 게임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 :-(

by fieldkim | 2007/04/24 23:32 | 미분류 | 트랙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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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디굴디굴대마왕의 B급 .. at 2007/04/25 09:34

제목 : 이 정도 글 쓸 수 있는 분이면 어디가서 밥 굶을 ..
D&D의 함정. Gathering과 Synchronization (1) 대단하십니다. 오랜만에 또 눈을 높이게 되네요....more

Commented by b0000000 at 2007/04/25 00:46
드디어 새로운 포스팅이( =_=)/~

들판씨의 에이프 역은
오늘 성우역을 한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Commented by 디굴디굴 at 2007/04/25 09:33
대단하십니다. 하이얼레인님 링크타고 들어와서 읽었는데

정말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트랙백 해갑니다.
Commented by 글강 at 2007/04/25 10:32
중간 맞추기가 정말 애매하다는 생각을 요즘들어 종종 합니다 ㅎㅎㅎ

본문에서 언급하신 바와 같은 방식으로 애초에 써먹을 도리가 없는 사람이 있고, 또 반대로 그 쪽 세계에 대해 전-_-혀 아무 생각이 없어서 고민해 본 적이 없으니 애초에 써먹을 도리가 없는 사람도 있고... 이 중간을 어찌 잡아야 할는지 깝깝합니다 킁 ;

또 한번의 걸작 연재를 기대하겠습니다 :) 신입 기획자가 들어오면 꼭 필드님 블로그 정독하고 오라면서 트레인시키고 있거든요 ㅎㅎㅎ 훌륭한 커리큘럼(?)을 기대하겠습니다 (__)
Commented by 포크 at 2007/04/25 10:38
마지막 문단이 속시원하다. 'ㅁ'/
Commented by shadow-dancer at 2007/04/25 11:05
많은 부분에 동의합니다. 마침 세계관이나 게임 시나리오 관련해서 제 포스팅이 있길래 ,트랙백해갑니다.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04/25 13:06
음. 재미있게 잘 봤네요. 좋은 글이었습니다^-^
Commented by 아폴룬 at 2007/04/25 14:00
오랜만에 올라온 포스팅이네요. :D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fieldkim at 2007/04/25 23:14
비빵/ 비빵이야 말로:) 모든 이들의 귀감이 되어 주셨소:)

디굴디굴/ 환영합니다. :)
일단 밥은 현재 안 굶고 다니지만 말 잘해서는 명백히 아닌 듯 합니다;; 추상화 된 어휘는 상당히 빈곤한 편이거든요.:)

글강/ 음. 제 생각에는 중간을 맞출 필요는 특별히 없다 싶습니다. 어쨌든 차라리 아무 생각도 고민도 없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학습의 문제인지라 가르쳐 줄 수도 있는 거고, 영원히 모르더라도 대중적으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여지가 있으니까요. (오히려 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 위에 언급한 부류는 일종의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입니다. 사상은 맹목적인 권위를 기반으로 형성되기에 합리적인 설명같은 것으로는 고칠 수가 없습니다.
음, 적어도 저는 성공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어디 기획자로 만드는 데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말입니다.:)

포크/ 뭐 어느 정도 본심이지. 외국에 진짜로 나가서 성공하면 좋고:) 어쨌든 말은 잘하지만 예술하려는 기획자가 국내에 많으면 수익 감소 -> 투자 감소의 악순환이 우리에게도 찾아오니 :-(

shadow-dancer/ 환영합니다.:)
음. 혹시 뒤통수 맞으실까봐 미리 말씀드리자면 전 꽤나 시나리오 무용론자에 가깝습니다. :-( 계속 보신다면 앞으로 불쾌해 하시게 될 수도 있으니 미리 죄송;;;

제절초/ 환영합니다. :)
글쓰고 재미있다는 평을 받을 줄은 솔직히 몰랐습니다;

아폴론/ 환영합니다. :)




Commented by kookin at 2007/04/26 01:20
으 이번글 진짜 재미있네여 ㅁㄴㅇㅁ;ㅣ낭ㅁ...큐ㅜㅏ암아!!
Commented by shadow-dancer at 2007/04/26 11:31
불쾌할리가요. 전 게임플레이랑 스토리텔링이 유기적으로 시너지 낼 수 있는 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일상적 프로젝트에서 시나리오 무용론이야 뭐 워낙 흔한 일이고 저도 실무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해서. (.) 좋은 하루 되십시오.
Commented by fieldkim at 2007/04/26 21:33
꾸즐/
....... 왜 블랙 코미디로 보였지;;; 반어법 조차 안 쓰여 있는데;

shadow-dancer/
불쾌하시지 않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유기적인 시너지라면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로 제가 보는 것이 Simple의 강화 쪽입니다.
합리화가 잘 되어 있다면 특별한 부연 설명 없이도 빠른 학습이 가능하게 하거나 특정 규칙을 암기할 때 연상작용을 도울 수가 있겠지요.:)
Commented by taisou at 2009/03/12 12:33
매우 동감하면서 읽었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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